얼마 전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행사가 예정되자 인근 회사들이 직원에게 오후 반차나 연차 사용을 강요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적이 있습니다. 행사 당일 교통 통제를 이유로 출근하지 말라고 통보하거나 토요 근무자의 출근을 막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회사가 연차를 쓰라고 하는 상황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월 1개 연차 소진 지시, 샌드위치 데이 강제 연차, 퇴사 전 남은 연차 소진 요구까지. 그런데 이 중에는 합법인 경우도 있고 위법인 경우도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회사가 연차 사용 시기를 지정할 수 있는 경우를 두 가지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두 가지와 위법이 되는 경우를 유형별로 정리합니다.
1. 연차 사용 시기는 근로자가 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은 연차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차를 언제 쓸지는 근로자가 결정하고 회사는 이를 따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60조 제5항이 연차 사용 시기를 근로자가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61조(연차사용촉진제도)나 제62조(연차대체제도)에 해당하지 않는 한 회사가 임의로 특정 시기를 지정해 연차를 사용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 연차 신청을 회사가 거부할 수 있는 기준이 궁금하다면 시기지정권과 시기변경권 정리 글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회사가 연차 사용일을 정할 수 있는 2가지 경우
그렇다면 제61조와 제62조는 각각 어떤 제도이고 어떤 조건을 갖춰야 적법할까요?
연차사용촉진제도
근로기준법 제61조에 따른 연차사용촉진제도는 회사가 근로자에게 미사용 연차를 쓰도록 서면으로 촉구하는 절차입니다. 이 절차를 적법하게 밟으면 근로자가 연차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회사는 미사용 연차수당 지급 의무를 면제받게 됩니다.
적법한 촉진을 위해서는 1차 서면 촉구와 2차 서면 통보 두 단계를 모두 거쳐야 합니다. 2차 통보 단계에서 회사가 사용일을 지정하는 것은 합법입니다. 하지만 1차 촉구를 건너뛰거나 서면이 아닌 구두로만 안내한 경우에는 촉진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절차가 하나라도 빠지면 미사용 연차수당을 전액 지급해야 합니다.
👉 연차촉진 1차 통보의 시기와 서면 요건은 연차촉진 1차 통보 실무 가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차대체제도
근로기준법 제62조는 근로자대표와 회사가 서면으로 합의하여 특정 근로일을 연차 대신 휴무로 지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휴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데이나 여름 휴가 기간을 연차로 대체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반드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필요합니다. 합의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특정 날짜를 연차로 지정하면 위법입니다. 합의서에는 대체 적용일과 차감되는 연차 일수가 명시되어야 하고 직원들에게 사전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실무에서 주의할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연차대체로 지정한 날이 너무 많아 직원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연차가 거의 남지 않는 경우입니다. 절차적으로 합법이더라도 연차휴가의 본래 취지인 근로자의 자유로운 휴식 기회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운영은 분쟁의 소지가 있으므로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이런 경우는 위법입니다
앞서 살펴본 연차촉진제도나 연차대체제도의 절차를 밟지 않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연차 사용을 강제하면 위법입니다.
촉진 절차 없이 날짜를 지정하는 경우
관리자가 단톡방에 '이번 달 연차 1개 무조건 소진'이라고 공지하거나 스케줄표에 임의로 연차를 배정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연차촉진 서면 통보나 연차대체 합의 없이 이루어졌다면 연차 사용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경영상 사정으로 전사 휴무 후 연차를 차감하는 경우
재료 수급 중단이나 설비 고장 등 회사 사정으로 영업을 중단하면서 해당일을 직원 연차로 처리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의한 휴업에 해당하므로 연차를 차감할 수 없습니다.
연차가 발생하지 않은 직원에게 강제하는 경우
입사 직후 아직 연차가 없는 신입직원에게 전사 휴무일 연차 소진을 적용하는 경우입니다. 발생하지 않은 연차를 일방적으로 차감할 수는 없으며 이 역시 사용자 사정에 의한 휴업으로 봅니다.
💡 위와 같이 회사 사정으로 근로자를 쉬게 하면서 연차를 차감한 경우 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라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퇴사 시 연차수당 대신 소진을 강요하는 경우
퇴직을 앞둔 직원에게 미사용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남은 연차를 모두 소진하라고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연차 사용 시기를 정하는 것은 근로자의 권리이므로 회사가 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해 소진을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퇴직 시 미사용 연차가 남아 있다면 연차수당 청구권이 발생합니다.
👉 미사용 연차수당 지급 기준과 정산 방법이 궁금하다면 미사용 연차수당 정산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4. 연차 강제 사용 통보를 받았다면
회사에서 연차 소진을 요구받았을 때 아래 순서로 확인해 보세요.
연차사용촉진 서면 통보를 받은 적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제61조에 따른 1차 촉구와 2차 통보가 서면으로 이루어졌다면 2차 통보에서 회사가 지정한 사용일은 적법합니다.
연차대체 합의서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라면 합의서에 명시된 날짜의 연차 사용은 적법합니다.
둘 다 해당하지 않는다면 회사의 일방적 강제이므로 위법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련 증거(단톡방 캡처, 공지문, 스케줄표 등)를 확보한 뒤 관할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HR 담당자라면 연차 소진을 독려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법정 절차 없이 강제하는 것입니다. 연차사용촉진 절차를 기한에 맞춰 서면으로 진행하면 미사용 연차수당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직원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다우오피스HR을 활용하면 촉진 대상자 선정부터 서면 통보, 사용계획서 접수까지 자동화할 수 있어 절차 누락 없이 운영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