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 많은 대표님과 팀장님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시기입니다. 올 한 해 고생한 직원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주고 싶은 마음과 한정된 회사 예산을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인 고민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식적인 인사 평가 제도가 없는 소규모 기업에서, 연봉 협상은 매년 돌아오는 가장 어렵고 민감한 숙제 중 하나입니다.
"올해 A직원이 열심히 한 것 같긴 한데 작년보다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 B직원보다 얼마나 더 기여했는지 객관적으로 설명할 근거가 없네..."
이처럼 명확한 기준 없이 '느낌'이나 '기억'에 의존한 연봉 협상은 직원들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인사 고과'라는 거창하고 부담스러운 용어 대신, 올 한 해를 의미 있게 돌아보고 내년의 성장을 함께 계획하는 '연말 회고 미팅'이라는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합니다.
불공정한 인사 평가, '조용한 퇴사'의 가장 큰 원인?
"우리 회사 직원들은 만족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하셨다면, 안타깝지만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4년 잡코리아가 직장인 6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과반수(57.1%)가 회사의 인사 평가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상급자의 주관적인 평가’(67.7%) 때문이었습니다. ‘허술한 평가 제도’나 ‘획일화된 기준’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결국, 객관적인 기준 없는 '느낌'에 의존한 평가는 직원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불만족이 핵심 인재의 이탈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직장인 10명 중 8명이 불만족스러운 인사 평가 때문에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중 절반 가까이는 실제로 구직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결국, 공정한 평가 기준을 세우는 것은 단순히 연봉을 잘 주기 위함이 아니라, 힘들게 뽑은 좋은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경영 활동 중 하나입니다.
'느낌'만으로 하는 연봉 협상, 왜 위험할까요?
체계적인 기준 없이 진행되는 연봉 협상은 당장 눈앞의 불편함을 피하는 임시방편일 뿐, 장기적으로는 조직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첫째, 기준의 부재가 불공정함을 낳습니다. 객관적인 기준이 없으면, 결국 '목소리 큰 직원'이나 '협상을 잘하는 직원'이 더 좋은 보상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조용한 핵심 인재는 오히려 소외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공정함이 반복되면, 직원들은 '성과'가 아닌 '협상 능력'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고, 조직 전체의 사기가 저하됩니다.
둘째, 기억은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심리학에는 '최신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연초에 꾸준히 성과를 낸 직원보다, 연말에 큰 프로젝트 하나를 성공시킨 직원이 더 강하게 기억에 남는 현상입니다. 1년 전체의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최근의 강렬한 기억에만 의존하게 되면, 평가의 객관성을 잃게 되고 직원들의 불만을 사게 됩니다.
셋째, 대표와 관리자의 감정적 소모가 너무 큽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모든 협상은 감정적인 줄다리기가 됩니다. 인상을 많이 해주지 못하면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고, 직원의 기대에 못 미치는 제안을 해야 할 때는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러한 감정적 소모는 리더가 더 중요한 전략적 고민에 집중할 에너지를 빼앗아 갑니다.
공정한 기준의 첫걸음 |간단한 1:1 연말 회고 미팅
그렇다면 어떻게 공정한 기준을 만들 수 있을까요? 시작은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평가'라는 단어의 무게를 내려놓고, 직원과 함께 올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의 성장을 응원하는 '1:1 연말 회고 미팅'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 면담은 단순히 연봉을 통보하는 자리가 아니라, 직원의 기여를 인정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공정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위해, 대표나 팀장은 면담 전에 딱 두 가지만 미리 준비하면 좋습니다. 첫째는 올해 초 직원과 함께 설정했던 목표가 있다면 그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고, 둘째는 해당 직원이 참여했던 주요 프로젝트 리스트를 간단히 정리해보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최신 효과'의 함정을 피하고 전체적인 기여도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것만 물어봐도 충분해요! '연말 회고 미팅' 핵심 질문
미팅의 흐름을 '과거(성과 리뷰) → 현재(피드백) → 미래(성장 계획) → 보상' 순서로 구성하면, 자연스럽고 건설적인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먼저, 직원 스스로 한 해를 돌아볼 기회를 주세요.
가장 먼저 직원에게 마이크를 넘겨 스스로 한 해를 돌아볼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OOO님, 올 한 해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올해 가장 자랑스럽거나 의미 있었던 성과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세요. 이어서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점이나 '이건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라고 질문하며 직원의 생각을 충분히 듣습니다.
다음으로, 회사의 관점을 공유하며 피드백을 전달합니다.
직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후, 회사의 관점에서 칭찬과 격려, 그리고 개선점에 대한 피드백을 전달합니다. "회사(팀)의 입장에서 볼 때, OOO님이 올해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은 OOO라고 생각합니다." 와 같이 구체적인 행동을 칭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내년에는 OOO 부분을 조금 더 발전시켜준다면, 회사와 OOO님 모두에게 더 큰 성장이 있을 것 같습니다."라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공유합니다.
이제, 개인의 성장 계획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과거를 평가하는 것을 넘어, 직원의 미래 성장에 회사가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내년에는 개인적으로 어떤 역량을 더 키우고 싶으신가요?" 혹은 "그 성장을 위해 회사나 팀이 지원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와 같은 질문을 통해 직원의 성장을 돕겠다는 진심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상에 대한 생각을 투명하게 나눕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이지만, 솔직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먼저 "올해 성과에 대해 스스로 어느 정도의 보상을 기대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어 직원의 기대를 파악합니다. 예산이 넉넉하다면 회사가 결정한 금액을 명확히 알려주고, 만약 예산이 부족하다면 "현재 회사 상황으로 인해 기대하시는 만큼의 금전적 보상을 해드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대신 OOO님의 성장을 위해 다른 기회(새로운 역할, 교육 지원 등)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와 같이 진솔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정한 과정이 신뢰를 만듭니다
연봉 인상 '금액'보다, 그 결정에 이르는 '공정한 과정'을 직원이 납득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많은 직원들이 연봉 협상 후 실망하는 이유는 단순히 금액이 적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1년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연말 회고 미팅'은 공정한 보상의 첫걸음이자, 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드는 핵심적인 과정입니다. 이러한 면담 기록을 다우오피스 HR과 같은 시스템에 차곡차곡 쌓아두면, 매년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전적인 회고 미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공정한 과정으로 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