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사보다 싫은 것? 직원들이 뽑은 최악의 송년회 1위

2030세대는 점심 회식을, 4050세대는 저녁 술자리를 원합니다. 이 간극을 어떻게 좁혀야 할까요?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훈계는 빼고, 조직의 비전은 자연스럽게 심어주는 2025년형 스마트한 송년회 기획안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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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6, 2025
건배사보다 싫은 것? 직원들이 뽑은 최악의 송년회 1위

엔데믹 이후 기업들의 송년회는 다시 부활하는 추세입니다. 인크루트가 직장인 88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최신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9.7%가 올해 회사 송년회를 진행한다고 답했습니다. 기업 10곳 중 7곳이 행사를 연다는 뜻이니, 이제 송년회는 다시 피할 수 없는 연례행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담당자의 고민은 개최 여부가 아니라 방식에 있습니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회식을 싫어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그렇다고 안 하자니 1년에 한 번인데 임원분들이 섭섭해하시지는 않을지 고민하며 딜레마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우리 직원들은 송년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세대 간의 극명한 온도 차를 극복하고, 모두가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는 2025년형 송년회의 해법은 무엇일까요?

1. 데이터로 본 동상이몽: 밥만 먹자는 직원 vs 술도 한잔하자는 임원

송년회 기획에 앞서 냉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합니다. HR 담당자가 가장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세대별로 송년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데이터로 본 동상이몽: 밥만 먹자는 직원 vs 술도 한잔하자는 임원

① 2030 MZ세대: 업무 시간에 식사만으로 충분

20대와 30대 직장인에게 송년회는 업무의 연장입니다. 인크루트 조사 결과,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송년회 형태는 점심시간인 업무 시간에 맛있는 식사만 하고 끝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에게 저녁 회식은 개인 시간 침해로 받아들여집니다. 퇴근 후에는 운동을 가거나 자기 계발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봐야 하는데 회사가 그 시간을 뺏는다고 느끼는 것이죠. 

② 4050 기성세대: 저녁에 술 한잔 기울이는 정

반면 40대와 50대, 특히 임원급 리더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들은 여전히 저녁 시간에 식사와 음주를 곁들이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이들에게 송년회는 단순한 식사 자리가 아니라 1년간 고생한 동료들을 격려하고 평소 하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정서적 교류의 장입니다. 술이 한잔 들어가야 속얘기가 나온다는 믿음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③ HR의 딜레마

여기서 HR 담당자의 고충이 시작됩니다. 2030세대의 요구에 맞춰 점심 뷔페를 예약하자니 송년회인데 술도 한잔 안 하고 너무 삭막한 거 아니냐는 임원진의 볼멘소리가 들립니다. 반대로 저녁 회식을 잡자니 젊은 직원들의 출석률이 저조하고 표정이 어둡습니다. 결국 어느 한쪽만 만족시키는 방식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쪽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절충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2. 충격 팩트: 최악의 비매너 1위는 음주가 아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은 송년회에서 무엇을 가장 싫어할까요? 흔히 술 강권이나 노래방 가무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데이터는 의외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직장인들이 꼽은 송년회 최악의 요소 1위는 훈계 인포그래픽
출처: [넘버즈 220호]주간리포트 (원출처=조선일보/틸리언프로)

조선일보와 틸리언프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꼽은 송년회 최악의 요소 1위는 훈계였습니다. 이는 음주나 건배사, 가무를 훨씬 웃도는 수치입니다.

술기운을 빌려 시작되는 상사의 라떼는 말이야 식의 이야기, 업무 성과에 대한 지적, 태도에 대한 훈수는 즐거워야 할 송년회 분위기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듭니다. 직원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교훈이 아닙니다. 그저 올 한 해 정말 고생 많았다, 덕분에 잘 버텼다 같은 따뜻한 인정과 격려입니다. 리더가 마이크를 잡고 일장연설을 하는 순간, 그 송년회는 실패한 행사가 됩니다.

3. 솔루션: 훈계는 빼고 비전은 더하는 스마트 송년회 기획안

그렇다면 2025년 송년회는 어떻게 기획해야 할까요?

핵심은 참여와 의미 부여입니다. 리더의 일방적인 훈계 대신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여 조직의 비전을 공유하게 만드는 점심형과 저녁형 두 가지 현실적인 대안을 제안합니다.

점심형: 랜덤 런치와 럭키 드로우

앞선 인크루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절반 이상의 직장인이 회사 전체보다는 마음 편한 같은 팀끼리 하는 송년회를 선호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인원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평소 오가며 얼굴은 알지만 업무 접점이 없어 대화해 본 적 없는 타 부서 동료와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팀원끼리 밥 먹는 자리는 평소 회식으로도 충분하니, 송년회만큼은 칸막이를 없애보자는 취지입니다.

이 기획안은 2030세대가 강력하게 원하는 점심시간 활용을 보장하되 4050세대가 바라는 조직의 단합과 교류를 위해 조 편성을 섞는 현실적인 절충안입니다.

  • 진행 방식:

    • 제비뽑기로 랜덤 조를 편성합니다. 

    • 맛집 투어: 전 직원이 한곳에 모여 뻔한 음식을 먹는 대신 조별로 흩어져서 회사 주변의 숨은 맛집을 찾아가도록 지원합니다. 인원이 적어야 웨이팅이 있는 맛집도 갈 수 있고, 시끄러운 회식 장소보다 훨씬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식사 후 회사 라운지나 대회의실에 다시 모입니다.

    • 하이라이트: 대표님의 훈화 말씀은 3분 내외로 줄이고, 곧바로 럭키 드로우 같은 경품 추첨을 진행합니다.

  • 기대 효과:

    • 2030: 오후 업무 시작 전에 행사가 끝나서 좋다거나, 공짜로 맛있는 거 먹고 상품까지 타니 이득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 4050: 다른 부서 젊은 친구들과 밥 먹으며 요즘 트렌드도 듣고 신선했다는 긍정적 평가로 이어집니다.

  • HR Tip: 경품은 아이패드나 다이슨 같은 고가품도 좋지만, 오후 반차권이나 늦잠 허용권 같은 무형의 상품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저녁형: 훈계 대신 키워드 토크와 버킷리스트

저녁 회식을 피할 수 없다면 콘텐츠를 바꿔야 합니다. 술만 마시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로 만들어야 꼰대 회식을 면할 수 있습니다.

  • 진행 방식:

    • 입장 시 포스트잇 두 장을 나눠줍니다.

      • 한 장에는 올해 우리 회사 3대 뉴스

      • 다른 한 장에는 내년 나의 사사로운 버킷리스트를 적게 합니다. 물론 익명은 보장합니다.

    • 식사 중간에 사회자나 리더가 이를 무작위로 뽑아 읽어줍니다.

    • 올해 3대 뉴스에 에어컨 고장이 있다며 내년엔 꼭 고쳐주겠다고 리더가 피드백을 주거나, 버킷리스트가 복권 당첨 후 퇴사라니 당첨되면 좀 나눠달라며 웃음으로 승화시킵니다.

  • 기대 효과:

    • 리더가 일방적으로 내년 목표를 외치는 것보다 직원들이 쓴 키워드를 통해 자연스럽게 회사의 이슈와 내년도 방향성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송년회는 여운을 남기는 것

송년회의 본질은 감사와 마무리입니다. 비싼 소고기나 화려한 경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난 1년간 회사를 위해 헌신해 준 직원들에게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하는 것입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백 마디의 훈계보다 더 강력하게 직원들의 마음속에 내년에도 다닐 이유인 비전을 심어줄 것입니다.

복잡한 연말 정산과 다가오는 새해 준비로 바쁘신 HR 담당자님, 올해 송년회만큼은 기획하는 담당자님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산뜻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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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오피스 HR